Photoshop과 ‘백문이 불여일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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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에듀아이티’라는 인터넷 교육 사이트에서 Adobe Photoshop CC 2020의 활용법을 배울 수 있는 3개의 강의를 듣기 시작한 이래로 오늘 드디어 이들을 모두 완강했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마다 이들 강의를 거르지 않고 들어왔던 결과로 지금은 Photoshop을 아주 능숙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잘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Photoshop에 문외한이었다. 일단 Photoshop 정품을 사용할 수 있는 Creative Cloud 플랜을 구독해 사용할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를 내기 어려웠던 터라 애당초 Photoshop을 다룰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여태까지 디자인 작업을 하는 데 주로 학교에서 지원해 준 Office 365 플랜을 통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던 PowerPoint를 자주 활용했다. 이렇게 디자인 도구로 PowerPoint밖에 딱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환경은 나에게 기초적인 디자인 감각과 함께 PowerPoint의 제한적인 기능을 거의 기행 수준으로 활용하여 PowerPoint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퀄리티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도 주었다.

PowerPoint에서 그라데이션 배경의 도형까지 동원하면서 행했던 애니메이션 컷의 식질.

오로지 PowerPoint으로만 이루어졌던 나의 디자인 작업 환경은 Photoshop을 더욱 ‘미지의 영역’으로 몰고 갔다. PowerPoint를 활용하여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퀄리티나 기능의 한계에 몇 번씩 부딪혔던 경험은 PowerPoint보다 더 나으면서도 복잡한 작업 환경을 갖춘 Photoshop에 대해서 동경과 경외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디자인 실력에 상관없이 일단 ‘Photoshop을 다룰 수 있는 사람’만 보면 괜스레 대단한 능력자로 여겨졌다.

작년 5월에 에듀아이티의 강의 수강 플랜을 처음 끊으면서 컴퓨터활용능력 시험 대비 강의와 함께 가장 눈독 들였던 강의가 Photoshop 활용법 강의였다. 하지만 이런 강의들은 보통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전제로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제대로 수강하기 위해서는 Photoshop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한동안 이 강의들을 제대로 들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미련이 약간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말에 주변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하나 받았다. 그 지인은 Creative Cloud 플랜을 구독하여 Photoshop과 같은 Adobe 툴을 자주 사용해 왔는데, 최근에 개인 플랜을 사용할 여유가 별로 없어져 매달마다 구독료를 지불하기만 하면서 자리를 놀리고만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월 구독료만 내면서 의미 없이 플랜을 놀리는 상황이 영 탐탁지 않았나 본지 나에게 일종의 ‘맛보기’처럼 Creative Cloud 플랜에 얼마 동안 태워 줄 의향이 있다고 했다. 앞 단락에서 언급했듯이 ‘Photoshop 강의를 듣고 싶어도 제대로 못 듣는 것’에 미련이 있었던 나에게 이는 솔깃한 제안이었고, 나는 이 제안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나는 그 지인의 Creative Cloud 플랜 하에 있는 Photoshop을 켠 채로 에듀아이티의 Photoshop 활용법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많이 따라해 보면서 Photoshop의 전반적인 기능을 익혔다. 강좌를 들은 대부분의 날은 단순히 강의에 나온 예제를 따라하는 것에만 그쳤지만, 어떤 날에는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예제와는 다른 나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에듀아이티에 있는 Adobe Photoshop CC 2020에 대한 모든 강의를 완강한 오늘 시점에서는 Photshop에서 색감 보정, 펜 툴, 도형 그리기 등의 웬만한 기본 기능은 부담 없이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강의를 듣고 배운 내용을 응용하여 만든 TV 프로그램의 로고와 같은 느낌이 나는 디자인.

약 2개월 반 동안 Photoshop 강의를 들으면서 Photoshop 활용법을 자발적으로 공부해 보았던 경험은 내가 지금까지 Photoshop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무조건적인 환상과 선망을 깨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전까지는 Photoshop을 ‘내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매우 고급의 도구’로 여겨 오면서 내가 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핵심적인 기능을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당시 나의 이러한 태도는 나의 잠재력을 되려 깎아먹는 데에만 일조했던 그릇된 태도였던 것 같다. 막상 진짜로 Photoshop을 다루어 보니 입문 난이도는 내가 감당 못할 수준으로 엄청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내가 디자인 작업에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Photoshop의 활용법을 공부하면서 유일하게 조금 어려웠던 기능은 ‘펜 툴’이었다. Photoshop에서 ‘펜 툴’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여러 개의 점을 기반으로 이들을 서로 직선 또는 곡선으로 이어줌으로써 하나의 모양을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툴인데, 여기에서 특히 점 사이를 매끄럽게 곡선으로 잇기 위해서는 약간의 정교성이 요구되기에 Photoshop을 막 입문한 사람이 이 기능을 다루기에는 난이도가 조금 높은 편이다. 나도 처음에는 ‘펜 툴’을 활용하기가 어려워서 이미지에서 배경을 삭제하는 ‘누끼’ 작업을 할 때 ‘펜 툴’보다는 ‘자동 선택 도구’를 선호했었는데, 이것도 몇 번 사용을 해 보니 의외로 금방 익숙해져서 점차 ‘펜 툴’을 통한 누끼 작업도 거리낌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펜 툴을 사용하여 모작한 ‘beatmania IIDX’라는 게임의 심벌 로고.

나는 지금까지 Photoshop을 실제로 다루어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Photoshop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가 쓰기 어려운 수준 높은 툴일 것’이라는 단정적인 생각으로 눌러 왔다. 이런 생각을 극복하고 직접 Photoshop을 써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어려운 툴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그 이전에도 금전적인 여유를 어떻게든 내어서 Creative Cloud 플랜을 끊고 Photoshop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려는 노력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내가 Photoshop을 대하고 있는 마인드는 달라졌을까? Photoshop에 얽힌 나의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지금의 능력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불가능하다’는 단정만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또다른 목표가 남아있지는 않은지 나의 전체적인 마인드를 점검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