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유선 키보드 600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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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내 데스크톱이 있는 책상에는 연식이 오래된 키보드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삼성전자에서 2007년부터 생산했던 사무용 키보드인 ‘SKP-100B’ 모델이 바로 그것인데, 이 자리에 이 키보드를 놓고 사용해 온 지가 벌써 햇수로 10 가까이 되었다. 둥그런 원 안에 있는 깃발형의 윈도우 로고가 이 키보드의 연식을 어느 정도 대변해 준다.

키캡의 상태는 아직도 모든 키에 각인된 문자들이 선명하게 보이고, 어느 하나 마모된 부분이 없는 등 전체적으로 준수하지만, 키보드를 처음 샀을 때 딸려왔던 손목 지지대는 사라진 지 오래고 키보드 뒷면에 있는 각도 조정용 다리는 어느새부턴가 하나가 부러져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손목을 받치고 사용해 왔던 점 때문인지 키보드의 아랫부분에서는 군데군데 도색이 벗겨진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이 키보드는 PS/2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요즘 출시되는 키보드는 대부분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도록 나오기 때문에 따로 컨버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제는 볼 일이 극히 드물어진 과거의 단자다.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몇 번 데스크톱 본체를 바꾸었지만, 바꾼 본체마다 ‘PS/2 포트’는 하위 호환의 요소로써 살아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래도록 써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키보드를 데스크톱 외의 컴퓨터에서 사용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노트북과 같은 곳에서는 ‘PS/2 포트’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에, 데스크톱에서 쓰던 키보드를 노트북에서 사용하려면 PS/2를 USB 방식으로 바꿔주는 전용 컨버터를 따로 구비해야 했다.

하지만 성능이 충분히 보장된 전용 컨버터의 가격은 만 원대를 호가했고, 컨버터를 사서 오래된 키보드의 수명을 연장할 바에는 차라리 어느 정도 비슷한 가격대의 새로운 USB 키보드를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여러 USB 키보드를 알아보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선 키보드 600(Wired Keyboard 600)이라는 제품을 찾았다.

이미지 상으로 보이는 키보드의 외관은, 요즘 판매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제품들과 다르게 화려한 빛을 발하는 미관용 LED 하나 없이 오로지 흑색의 프레임에 많은 키들이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는 전통적인 사무용 제품의 느낌이었다. 사용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LED 등의 부가적인 요소들은 배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격도 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기존에 오래 사용해 왔던 키보드도 이와 비슷한 디자인의 사무용 제품이어서 디자인을 상당히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또 개인적으로 키보드에서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기능은 꺼려해 왔었기에 이 제품은 이런 나에게 딱 적합해 보였다.

또한, 최근 ‘서피스 시리즈’와 ‘스컬프트 콤포트 데스크톱’ 등에서 보여준 높은 완성도로 하드웨어 부문에서도 명가로 손꼽히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제품인 만큼, 이러한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은 ‘유선 키보드 600’도 그 품질을 미리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었기에 끝내 이를 구매했다.

흰색파란색을 위주로 이루어진 제품 상자의 디자인은 기능에 대한 설명도 최대한 작고 간결하게 쓰여 있어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준다. 이런 디자인은 2009년에 ‘유선 키보드 600’이라는 제품 자체가 처음 나온 이후로, 2012년 즈음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로고가 바뀔 때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디자인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이전의 굵은 글꼴로 이루어진 로고를 사용하던 때 출고된 상자는 빨간색의 바탕에 기능 설명도 지금보다 더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다고 한다.

상자 속의 구성품으로는 비닐에 싸인 키보드 본체와 함께, 한국어 등의 여러 가지 언어로 쓰여진 제품 가이드품질 보증서가 있다. 이 제품의 보증 기간은 3년이다.

이 키보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만큼 윈도우가 설치된 PC와 호환성이 높다.

내가 구매한 제품은 최근의 생산품인 만큼 ‘윈도우 10’과의 호환성을 보증하는 마크가 상자의 측면에 인쇄되어 있고, 윈도우 키에도 현재 윈도우 10에 사용되는 창문형의 로고가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요즘에 나오는 흔한 키보드들과 같이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내가 이 키보드를 사기로 한 원초적 이유이기도 하다.

키보드의 중앙을 살펴보면 미디어 컨트롤 기능(Fn) 를 찾을 수 있다. 요즘 나오는 키보드에서는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옵션이지만, 만 원대에 살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를 높여주는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4개의 미디어 컨트롤 키로는 재생/일시정지 상태와 볼륨 수준 등을 제어할 수 있고, 우측 Alt 키의 바로 오른쪽에 있는 ‘Fn’ 키를 누른 상태에서만 동작하는 4개의 기능 키로는 윈도우 10 기준으로 검색 창 띄우기, 외부 미디어 기기 연결, 설정 창 띄우기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미디어 컨트롤 키를 비롯해 Esc, F1~F12, PrtScn, ScrLk, Pause 등과 같이 윗줄에 위치한 키들은 높이가 일반 키의 1/2 수준으로 작고, 키의 재질 또한 일반 키와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 로고가 보이는 키보드의 맨 오른쪽 위를 보면, 사무용 키보드의 정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계산기’ 키가 눈에 띈다. 실제로 윈도우를 사용하는 중에 이 키를 누르면 ‘계산기’가 바로 실행된다.

키보드의 뒷면에는 사용 각도의 조정을 위해 으레 있는 다리가 양쪽에 두 개 있다.

이전에 썼던 키보드보다 다리의 너비가 상대적으로 길어 키보드 본체를 꽤 안정적으로 받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다리를 접을 때 나는 ‘착!’ 소리가 일품이다.

이 키보드의 한국어 106키 모델에 한해서 한 가지 결점으로 느껴질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 ‘한/영’ 키와 ‘한자’ 키의 존재로 인해 원래는 일반 키 5개 정도의 길이였던 스페이스 키가 3개 정도의 길이로 확 짧아진 것이다.

나로서는 이전에 쓰던 키보드에도 ‘스페이스 바’ 키가 이와 비슷한 길이였기 때문에 크게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키보드를 바꾸면서 특히 긴 ‘스페이스 바’ 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키보드라고 생각한다.

데스크톱에 키보드를 연결하고 며칠 간 일상적으로 사용해 보니, 같은 멤브레인 방식의 키를 이용했지만 이전에 썼던 키보드와 달리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확실히 줄어든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키보드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음은 키캡과 키캡 밑의 프레임이 서로 마찰하면서 나는 타격음인데, 이 마찰을 완충하여 타격음을 어느 정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고객지원 페이지에서는 유선 키보드 600에 대한 세부적인 사양 정보와 설명서, 드라이버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키보드의 고급 기능을 이용하려면 이곳에서 제공하는 마우스 키보드 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마우스 키보드 센터’의 현재 최신 버전인 12.181은 한국어 버전을 제공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신 영어 버전을 다운로드받아 설치했다.

‘마우스 키보드 센터’에서는 재생/일시정지, 계산기, 윈도우, Caps Lock, 애플리케이션의 5가지 키에 대한 설정을 할 수 있다.

  • 비활성화: 키에 할당된 기능이 동작하지 않도록 비활성화할 수 있다.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동안에만 비활성화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 키에 다른 기능 부여: 키를 누르면 기본으로 할당된 기능 대신 사용자가 설정한 프로그램이나 웹 페이지, 파일이 열리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재생/일시정지, 계산기 키만 가능)
  • 매크로 기능 부여: 키를 누른 상태에서 고정하거나, 토글 모드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매크로를 설정할 수 있다. (재생/일시정지, 계산기 키만 가능)

처음에는 단순히 USB 키보드를 필요로 하여 구매했던 만 원대의 저렴한 제품이었지만, 사용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품질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부가 기능의 수준은 결코 만 원대에서만 머무르지 않는 제품이었다.

일반적인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가볍게 사용하기 위한 제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선 키보드 600’은 과연 실속이 높다고 할 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