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M 경기방송 폐국, 텅 빈 FM 99.9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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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해 왔던 민영 방송국인 ‘경기방송’이 오늘(20일) 자정부터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폐국되었습니다. 불과 어제까지 ‘경기방송’을 송출했던 FM 99.9MHz의 주파수에서는 오늘 자정이 지나자마자 한동안 무음이 송출되다가 오후쯤 송신기의 전원이 완전히 내려가면서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폐업 결정부터 폐국까지

지난 3월 29일까지 경기방송 메인 홈페이지(kfm.co.kr)에 표출되었던 공지

앞서 경기방송은 지난 1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경기방송이 갑자기 자진 폐업을 결정하게 된 요인으로, 이사회 측에서는 “지방정부 예산이 최근 대폭 삭감되어 정상적인 방송 운영이 어려워지고, 방송국 경영에 대한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등 여러 가지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폐업이 결정된 이후에도 경기방송의 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일방적인 폐업 결정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한동안 최소한의 구성으로 정규 방송을 지속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어제까지 폐업 직전 막판의 연장 방송을 송출했던 경기방송은 결국 2020년 3월 30일 0시를 기해 정규 방송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번 ‘경기방송’의 폐업은, 대한민국 역사상 1980년 ‘동양방송(TV·라디오)’ 폐업, 2004년 ‘경인방송(TV)’ 폐업에 이어서 ‘지상파 방송국’의 세 번째 폐업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동양방송’은 언론 통폐합 조치로, ‘경인방송’은 방송 재허가 심사 탈락으로 인해서 강제로 폐업이 결정되었지만, ‘경기방송’은 최근 재허가 심사까지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폐업을 결정했다는 차이점이 있어 지상파 방송국의 폐업 사례 중에서도 ‘최초의 자진 폐업’이라는 일종의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30일 0시까지, 마지막 순간의 기록

‘경기방송’이라는 국명 아래에서 마지막으로 방송된 프로그램은, 평소에는 주말 22~24시에 방송되었던 방송작가 이세나 씨가 진행하는 ‘8090 콘서트’였습니다. 평소였다면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을 들려주고 여러 사연들도 읽어 주면서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격려했을 프로그램에서는, 헤어짐을 고하는 구슬픈 가사의 곡과 함께 울먹이며 살짝 떨리는 진행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기방송 개국을 두어 달 앞둔 1997년 10월, 공채 1기의 프로듀서로 입사해서 2002년 8월, ‘깊은밤 그대와 함께’ 진행을 마지막으로 경기방송을 떠났던 제가 17년이 지나서 감사하게도 다시 친정 같은 곳, 경기방송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을 돌아볼 때 다시 없을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때 길을 헤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8월 어느 새벽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을이 되면 자연스레 피어나는 길가의 코스모스처럼 그렇게 길을 만들어 돌아오는 길 찾을 수 있게 지켜주시겠다고 했던 청취자 여러분들의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을 저버리지 않으셨기에 제가 이곳으로 오는 길, 잃지 않고 찾을 수 있었던 거라 확신합니다.

여러분께서 22년 하고도 3개월을 지켜주셨던 경기방송. 여러분께서 경기방송으로 오는 길가에 계절을 따라서 피어나는 그런 꽃길이 되어주시는 한, 저희 모두는 돌아오는 길 잃지 않고 다시 찾아올 것임을 감히 다짐해 봅니다.

‘8090 콘서트’의 마지막 콘서트이자, 23년 경기방송의 역사를 잠시 접게 되는 이 시간, 행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으로 그렇게 혼란을 드렸다면 용서하십시오.

그래도 오늘 할 이야기에 충실했었노라 그렇게 공감하신다면 남겨 둔 내일의 이야기를 할 때 그대가 함께이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자, 이제 ‘8090 콘서트’, 그리고 FM 99.9MHz KFM 경기방송,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마감하는 이 마지막 순간까지 홈페이지 메신저 창에서 참여해 주신 분들, 또 #0999 통해서 문자 사연으로 마음 보여주신 분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순간에 있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없이 침묵으로 들어주신 분들, 여러분들 모두가 진정한 방송의 스탭이셨습니다. 경기방송 23년 역사 속에 가장 귀한 이름이 되서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해 주셨습니다.

경기방송과 함께 했던 여러분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저를 포함해서 경기방송 프로듀서 선후배들과 방송에 몸담았던 현장 스탭들 모두가 최선의 선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개 숙여 깊은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면서 저도 인사 드릴게요.

2020년 3월 29일 일요일 ‘8090 콘서트’. 지금까지 제작·진행에 이세나였습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기를, 조금 느려도 바르게 가는 하루 되십시오.

진행자 이세나 씨의 마지막 멘트, ‘8090 콘서트’ 3월 29일 방영분 4부 중에서.

이렇게 최후의 정규 프로그램이었던 ‘8090 콘서트’가 끝난 직후, 임직원 일동의 마지막 메시지에 이어 자정을 알리는 시보를 끝으로 경기방송은 개국된지 23년 만에 완전히 폐국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경기방송을 23년간 사랑해 주신 경기도민 여러분, 그리고 애청자 여러분. 그동안 많은 성원과 사랑에 저희 임직원 모두는 진심을 다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경기방송은 갑작스런 악조건이 한꺼번에 불어닥치면서 폐업이란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따라서 2020년 3월 29일 24시 자정까지만 방송하고 3월 30일 0시를 기점으로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

메인 호출부호 99.9와 보조 방송국 파주 지역 95.5, 의정부 지역 100.7MHz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변해가는 세월에 순응하지 못하고 끝까지 주어진 사명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경기방송 임직원 모두는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하루의 행복을 열어주고자 노력했던 경기방송은 이제 물러납니다.

항상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폐국 직전 경기방송 임직원 일동의 마지막 메시지.

경기방송 폐국을 바라보며

정규 방송이 진행된 마지막 주, 3월 4주의 경기방송 편성표

경기방송은 평소에 라디오를 자주 듣는 저에게도, 오후 시간대에 심심할 때마다 경기방송에서 나오던 음악 프로그램을 가끔씩 듣곤 했던 단편의 기억이 남아있는 방송국입니다. 비록 경기방송과 함께 했던 추억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추억을 많이 쌓아보지 못했기에 그만큼 경기방송의 폐국 소식이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경기방송이 송출되어 왔던 FM 99.9MHz의 자리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향후 해당 주파수를 배정받을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여 다른 라디오 방송국이 사용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옛 경기방송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방송국이 해당 주파수로 방송하게 될 수도 있지만, 경기방송에 이어 새로운 방송국으로써의 역사가 계속 쓰여짐으로써 FM 99.9MHz라는 주파수 자체의 명맥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